단위의 탄생
단위는 왜 생겨났을까? 먼 과거를 생각해보자. 고대시대라고 생각해도 좋다. 사람들이 사냥을 하다가 곰을 만났다. 처음보는 동물이라 머뭇머뭇 하다가 위험을 느끼고 가까스로 도망쳤다. 다른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조심하라고 하고 싶다. 곰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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팔을 벌리며 말한다.
“이만큼 큰 동물을 만나면 무조건 도망쳐.”
그런데 듣는 사람들이 이해를 못한다.
“얼마나 크다는 거야?”
그래서 길이를 비교적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생각해낸다.
“내 팔 길이의 다섯 배는 돼 보였어.”
이제야 사람들이 이해하기 시작한다.
눈치가 빠른 사람은 여기서 단위의 개념이 탄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. 바로 ‘내 팔 길이’가 단위이다. 누구나 아는 길이의 몇 배인지를 알면 모든 사람이 정확한 길이를 표현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. 이와 같이 단위는 누구나 아는(정확히 말하자면, 누가 측정하더라도 똑같은 값이 나오는) 기준 값을 이용하여 임의의 물리량을 나타내는 수단이다.
‘내 팔 길이’와 같이 실제로 사람의 신체부위를 이용한 단위가 많다. 서양에서 사용하는 인치inch, 피트feet, 야드yard는 각각 손가락 한 마디, 발 크기, 벌린 팔 길이의 반을 의미한다고 한다. 6.5 피트는 서양 사람 발 크기의 여섯 배 반을 의미하는 것이다. 물론 정확하진 않았겠지만 당시 사람들이 생활하기에는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.1
같은 길이를 여러가지 단위로 표현할 수 있다. 예를 들어 우리집 TV의 대각선 길이는 55 인치이자 약 4.5 피트이다. TV 길이를 손가락 마디로 재면 55배이고 발바닥으로 재면 4배 하고도 약 0.5배와 같다는 것이다. 숫자와 단위가 변할 뿐 우리집 TV가 커지거나 작아지는 것이 아니다. 이와 같이 하나의 단위로 표현된 양을 다른 단위로 표현하는 것을 단위변환이라고 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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길이 뿐만 아니라 면적, 부피, 무게, 시간의 단위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양으로 단위를 만든다. 시간의 경우 태양이 뜨고 다시 뜰 때까지의 시간(지구 자전 시간)을 1일이라고 하였고, 달이 차고 기우는 것(달의 공전 시간)을 보고 한 달을 만들었다. 그러고 보면 옛날 사람들이 1년(지구의 공전 시간)이 365일인지를 어떻게 알아내었는지 궁금해진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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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나라 사람들도 곡식의 부피를 재기 위하여 ‘되’, ‘말’2 등의 단위를 만들었고 집의 면적을 말하기 위하여 ‘평’3을 생각해냈다. 옛날에는 이 정도면 생활하는 데에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정밀도가 떨어지고 국제표준을 따르기 위하여 모두 사라진 단위이다.